2012. 2. 17. 18:14

못 다한 인사, 부족한 인사



체코 프라하 중앙역에서 였다.

프라하를 여행 할 때 묵었던 호텔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야했다.

시내로 갈 때는 자판기에서 기차표를 사고 오는 기차 아무거나 타고 종착역인 프라하 역에서 내리기만 하면 되는거라 아주 간단했던 것과는 달리 중앙역에서 호텔로 돌아 갈 때는 쉽지 않았다.

우리가 탔던 곳이 작은 역이었는지 안내표지판에는 우리 목적지가 없었고 표를 사며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 같아 매표소를 찾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매표소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매표소를 물어봤지만 말이 안 통해 난감해 하다가 한 청년에게 물어보니 알아듣고는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매표소에 도착해 우리 대신 기차와 시간을 물어봐주고는 다음 기차가 몇 분 뒤 떠난다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 기차를 타야 한다는 것과 빨리 플랫폼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바로 차표를 샀다.

우리가 차표를 받아들자마자 청년은 서두르라는 말과 함께 먼저 뛰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 함께 뛰어가 기차에 오르자 기차는 기다렸다는듯이 출발했다.

기차가 움직이고 나서야 아차,하며 얼른 청년의 모습을 찾았지만 고마운 청년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곱슬곱슬한 머리에 선한 인상의 체코 청년.

지금도 그 때 생각이 나면 내 생각만 하느라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지곤 한다.(2006년)

 

 





청년을 만난 곳은 홍콩에서 신천으로 넘어가 호텔을 찾아 가면서였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들렸던 관광안내소에서 알려준대로 메트로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호텔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청년이 있어 길을 물어보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다.
관광안내소에서 중국어로 적어준 호텔 이름과 주소를 청년에게 보여주니 청년은 뭘 묻는지 알았다는 표정이었지만 자기도 잘 모르는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후 중국말과 손짓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길래 손짓 근처 어디쯤 일거라고 생각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알려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청년도 왔던 발걸음을 되돌리더니 우리와 간격을 조금 둬가며 함께 걷기 시작했다.
말없이 조금 떨어져 앞만 보며 걷는 청년.
말을 걸까봐 우리를 애써 외면하며 걷는 청년에게 차마 말을 걸지는 못하고 중국 본토는 초행인지라 청년이 우리 길 안내를 해주기 위해 걷고 있는건지, 그렇다면 수고비를 줘야하는지, 수고비를 준다면 얼마를 줘야하는지,를 생각을 하며 조금 걷다보니 호텔이 보였다. 호텔이 나타나자 청년은 우리보다 더 좋아하며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더니 자기 길을 가려는지 얼른 발걸음을 돌렸다.
단순히 길을 알려 주려고 했던 순수한 청년의 마음을 피곤한 여행자의 눈으로 본 것이 미안해져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만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2007년)

 



 

 

 


노인은 아테네 외각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당시 아테네 근교에 자리한 캠핑장을 이용했는데 캠핑장에 차를 두고 복잡한 아테네시내는 버스로 가기로 했다.
캠핑장에서 알려준대로 시간에 맞추어 정거장으로 가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에 올라 요금을 냈지만 버스안에서는 차표를 구입 할 수도 없었고 현금도 받지 않았다. 캠핑장에 시내교통에 대해 알아볼 때 거기에 대한 아무런 말도 없었고 정거장 주변에도 매표소가 없어 당연히 버스에서 해결될 줄 알았다.
돈으로도 차비를 낼 수 없으니 당연히 버스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 때 한 노인이 자기에게 여유있는 표가 있다며 일단 그냥 타라고 했다.
표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와 요금을 드리자 노인은 거절했다.
다음 달이면 어떻고, 내년이면 어떻냐는, 언제가 되든 상관 없다는 말로 요금을 거절하며 자상하게 웃던 노신사.
영어를 아주 잘 했던 노인은 우리에게 아테네 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우리의 목적지를 물었다. 먼저 산토리니로 가는 배편을 구하러 항구로 갔다가 시내 구경을 다닐 계획이라 그냥 항구에 간다고만 하니 타고 있던 버스 종점에서 내려 바로 메트로로 타고 가다가 다시 한번 노선을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알려줬다. 이미 다 아는 것들이지만 열심히 들었다.
버스가 도착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따라 오라며 당당하게 앞장서서 걷던 노인.
열심히 노선을 설명하며 앞장서서 걸었지만 갈아타는 곳에서 노인은 길을 찾지 못했다.
우리가 타야할 노선이 아닌 다른 쪽으로 이끌었다. 확실하게 틀린 길을 따라갈 수 없어 조심스럽게 이 쪽 인것 같다며 정확한 노선쪽을 가리키자 노인은 우리말이 맞다면서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알려주려고 했던 우리 길 뿐만이 아니라 노인이 현재 어디에 있는 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것 같았다. 노인은 혼란스러워 하며 주춤 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노인에게 행선지를 묻고 길을 알려 주고 싶었지만 길을 알려 주려 했던 낯선이들에게 길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역력해 선틋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우리가 탈 전철이 도착하자 얼른 타라는 노인의 말과 손짓에 노인을 위해서라도 탈 수 밖에 없었다.

노인의 나라이고 노인이 사는 곳이니 남들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이유를 만들어 가면서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2009년)





길을 가며 잠시 스쳐간 인연들 ................

미안한 마음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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