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0m 라구나 69에 오르다
라구나 69에 올랐다.
그것도 2시간 45분만에.
보통 3시간 걸린다는 산행이지만 나는 최소한 4시간에서 5시간 걸리거나
아예 중도에서 포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투어를 통하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직접 갔다.
라구나69는 경사가 느껴지지 않는 길을 한참 오르다가
산을 하나 오르고
다시 평지를 조금 걷다가
또 다시 산 하나를 더 올라야하는 등산로다.
산은 험하지 않고 지그재그로 놓인 길도 아주 완만해 길 자체가 힘들지는 않지만 고도가 높아 쉽지 않은 산행이다.
첫번째 산은 사탕 하나를 입에 물고 박하향 덕분에 그런대로 오를만 했다.
하지만 다시 평지를 지나 도착한 두번째 산은 처음부터 호흡조차 쉽지 않아 걸음걸이가 저절로 느려졌다.
첫번째 산행에 도움이 되었던 박하사탕이 이 곳에서는 입에 넣자마자 구토증세가 나타나 바로 뱉어야민 했다.
호흡도 거칠어지고 아무리 올라도 정상은 멀게 느껴져 포기 하고도 싶었지만
한번 쉬면 계속 주저앉게 될까봐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등산 시작부터 호수에 도착할 때까지 속도를 줄이기는 했어도 단 한 번도 쉬지않고 걸었다.
그렇게 올랐더니 2시간 45분 걸렸다.
몸이 고도에 완전히 적응했기도 했지만
봄에 갑자기 살이 많이 빠져 건강에 문제가 있나싶어 시작한 매일 3,40분씩 했던 운동이 효과가 나타났나보다.
이런 체력인줄 미리 알았다면 산타크루스트렉킹을 했을텐데.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직접 간 덕분에 아무도 없는 호수에 처음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죽을것처럼 힘들여 도착한 라구나69는 너무 아름다워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 놓은것 같았다.
인적 없는 호수에서 비스켓과 귤로 간단히 점심도 먹고 아주 잠시 쉬었는데 한시간도 훨씬 넘게 훌쩍 지났다.
마치 시간을 잡아먹는 블랙홀 같다.
투어를 통해 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하는 시간에 하산,
하산 할 때는 사진도 찍고 풍경도 즐기며 내려오니 두시간 걸렸다.
하산 후 1시간 30분을 다시 걸어 양가누코호수까지 가서
거기서 마침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가 있어 합승해서 양가누이까지 갔다.
그 곳에서는 콜렉티보를 타고 다시 와라스로 돌아왔다.
현재 있는 곳은 페루의 리마.
다음 행선지는 칠레의 이스터섬.
리마에서 오늘 밤비행기로 이스터섬으로 간다.